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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3-09-25 08:00
"몸뚱이도 팔 수 없는 지식인... 참담" 이순철 목원대 전 교수
 글쓴이 : 투쟁본부
조회 : 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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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목원대 이순철 해직교수
ⓒ 심규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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쳣 대면 때부터 그는 활짝 웃고 있었다. 마음고생 등 세파가 할퀴고 간 흔적을 찾기 어려웠다. 왕성한 40~50대를 해직교수로 보내고도, 이후 복직되지 않았는데도 해맑은 이유가 궁금해 다시 그를 찾았다.

가난으로 중고등학교를 검정고시로 하고 부러 야간대학을 다닐 수 있는 해군에 자원했다. 석·박사 과정을 마친 후 독일로 건너가 4년여를 또 공부했다. 1985년 3월 그는 목원대 법학과 교수로 임용됐다. 미국법과 독일법을 연구 고찰해 서브프라임 모기지론의 위험성을 예고하기도 했다. 무려 30년 전 일이다. 이순철(66). 입지전적인 그의 행보는 여기에서부터 오랫동안 멈춘다.

1992년 8월. 그는 교수재임용에 탈락했다. 교수직에 몸담은 지 7년만의 일이다. 학교 측으로부터 공식적인 탈락사유조차 듣지 못했다. 재단분규에 뛰어들어 재단 측의 비정상적인 행태를 폭로한 게 화근임을 미루어 짐작할 뿐이었다.

7년 만에 재임용 탈락, 이유는?

"91년이었어요. 학교 재단 측이 지금 들어선 곳(대전 서구 도안동) 학교부지를 옮기기 위해 당시 학교부지(대전 중구 목동)를 팔기로 했죠. 살펴보니 학교부지를 모 철강회사에 헐값에 불법으로 팔아 치운 겁니다. 이권이 개입된 거죠. 이를 문제 삼았죠. 누구도 받아들이지 않았어요. 교과부를 쫓아다니며 사실을 알렸고 결국 계약을 파기했어요. 돈도 되돌려 받았죠. 결론은 다른 회사에 처음보다 4배 가까이 많은 값으로 학교부지가 팔렸어요."

학교 측에 수십억 원의 경제적 이득을 안겨줬지만 그 대가는 재임용탈락, 해고였다. 그 때부터 지금까지 20여 년이 넘게 그의 직업은 '해직 교수'다.

"20년 동안 어떻게 살았냐구요? 날품팔이라도 하려고 갔는데 받아주질 않더군요. 몸뚱이도 팔 수 없는 지식인, 비참하고 참담했죠. 그냥 짐작에 맡기겠습니다."

세 자녀 등 자신을 포함, 다섯 식구의 가장이면서 해직 교수로 사는 일은 녹록지 않았다.   

"나는 새는 굶기지 않는다는 하느님의 섭리로 살아남았습니다. 스스로 자부하는 것은 그러면서도 부정부패에 가담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그는 한국투명성협회 등 시민단체에 가입해 적극 활동했다. 그는 또 재임용에서 탈락한 해직 교수들의 복직을 위해 앞장섰다. 전공을 살려 재임용탈락교수구제특별법을 기안했다. 전국에서 재임용에 탈락한 500여 명의 교수들을 규합해 특별법 제정에 나섰다. '특별법에 의한 해직교수복직추진위' 상임대표도 맡았다.

"20년 동안 어떻게 살았냐구요... 짐작에 맡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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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목원대학교 전경
ⓒ 심규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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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5년 이후 부당하게 해직된 교수들의 구제를 목적으로 2005년 '대학교원 기간임용제 탈락자 구제를 위한 특별법'이 마련됐어요. 이에 근거해 교육부에 특별위원회가 설치됐어요. 교육부특별위가 심사를 통해 재임용 취소처분 결정을 내렸지만 목원대는 꿈쩍도 하지 않았죠."

2012년 8월. 재임용 거부 처분 취소 소송과 관련 각하와 기각만을 반복해오던 재판부가 이전과는 다른 판결을 내렸다.

'기존 재임용 거부 처분이 무효임을 확인한다. 학교법인은 손해배상금과 위자료 일부를 배상하라.'  

재판부는 이 교수가 '전문적 능력에 모자람이 없고 자질을 탓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단지 '재단분규에 개입에 밉보여 보복성 인사로 재임용에서 탈락한 것'으로 판시했다.

지난해 말경. 이 교수는 법원 판결에 따라 학교법인으로부터 일부 손해배상금과 위자료로 7억2000여만 원을 받게 됐다.    

손해배상금이 밀린 급여? "복직 안 됐는데 급여라니요?" 

그런데 이 교수에게 지급된 손해배상금이 뒤늦게 학교법인이 아닌 교비에서 지출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6월 대전지방경찰청은 법인 이사장과 현 목원대 총장을 10억여원의 교비를 횡령한 혐의로 검찰에 기소의견으로 송치했다. 10억 원에는 이 교수에게 손해배상금으로 지급한 약 7억원과 건설업자에게 지급한 손해배상금 및 총장 관사 관리비, 총장 개인의 소송비용 등이 포함돼 있다.

"당연히 손해배상금이니까 법인 예산에서 준 걸로 알았죠, 제 손해배상금을 교비를 빼다 줬을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어요, 명백한 횡령이거든요. 학생들의 등록금인 교비는 직접교육 목적에만 쓸 수 있도록 돼 있어요. 교비는 교육소비자인 학생들의 돈입니다. 직접 교육목적 이외의 용도에 써선 안 돼요."

반면 대학 측은 완강했다. 목원대 총장은 '학내사태해결을위한특별기도회' 등을 통해 이 교수에게 지급한 7억여원은 밀린 급여를 준 것으로 당연히 인건비는 교비에서 지출하는 것이 맞다고 항변했다. 또 관례상 교수 관련 비용은 교비에서 지급해왔고 관련법에 근거해도 전혀 문제가 없다는 주장이다.

"거짓말입니다. 제가 교수입니까? 제가 복직됐나요? 복직이 안 됐는데 어떻게 '밀린 급여'라는 말이 성립될 수 있습니까. 제가 받은 돈은 학교법인의 불법행위로 발생한 손해배상금과 위자료의 일부입니다."

현재 검찰은 경찰이 송치한 교비횡령혐의에 대해 수사를 벌이고 있다. 검찰은 또 학교법인인 대덕문화과학센터에 대해서도 수사를 벌이고 있다(대덕과학문화센터의 경우 목원대 일부 이사들이 매각 대금의 30%(약 120억 원)를 보너스로 받기로 밀약했다는 서류와 증언이 제기돼 있다).

대학 측은 또 '밀린 임금'이라고 주장하면서도 이 교수를 복직시킬 생각조차 하지 않고 있다.

"그동안 부당하게 괴롭힌 게 들통 나니까 복직 못 시키는 겁니다. 학교 이미지가 훼손된다고 생각하는 거죠. 밀린 임금도 줘야하구요. 부당하게 해고당한 것으로 밝혀졌지만 지금까지 학교당국과 법인으로부터 사과 한 번 받지 못했어요."

"남의 돈 썼으니 당연히 변상 조치해야죠"

목원대는 사학 중 바람 잘날 없는 곳으로 꼽힌다. 매년 크고 작은 소송이 끊이지 않는다. .

"그동안 법인이사장을 맡았던 대부분이 형사 처분을 받았어요. 법인이사 대다수는 교육에 대한 의지조차 없습니다. 몇 달 전에 총학생회 소속 학생들은 총동문회를 폐쇄하기까지 했습니다. 교비 횡령 건을 따지는 것은 학생들을 위한 일인데도 총학생회가 이를 가로 막은 셈입니다. 학생들 스스로 그랬을까요? 결국 법인이사 자격을 엄격히 하고 비리가 발붙이지 못하도록 단호히 처벌해야 합니다."

그는 대학 구성원들에게 각각 요구했다.

"총장은 남의 돈을 썼으니 그에 따른 법적 책임은 물론 당연히 변상조치 해야 합니다. 보직교수들도 자기변명에 급급해서는 안 됩니다. 학생 제군들은 여러분과 부모님의 고혈이 새어 나가지 않도록 감시하는 일에 나서야 해요."

'해직 교수'가 직업이 된 그에게 향후 계획을 물었다.

"개인적으로 침해된 권리를 구제받기 위한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일 생각입니다. '교수연구소'를 운영할 계획도 있습니다. 교수저널도 발행하구요. 언론사 기자로 말하면 '기자학, 기자론'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교수는 어떠해야 하는가 등 좋은 교수, 즉 교수의 자질을 주로 연구할 생각입니다."

굽히지 않고 꺾이지 않은 지나온 삶에 대한 후회는 없을까.

"후회 안 합니다. 지식인은 실천해야 해요. 불익이 있더라도 원칙과 소신에 따라 살아야 하죠. 살아오는 동안 구김이 있었다면 지금 당당하게 말하지 못했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