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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임교수
 
작성일 : 13-07-11 14:54
‘전임강사 임용’ 미끼 교수가 10년간 돈 뜯어
 글쓴이 : 투쟁본부
조회 : 617  
‘전임강사 임용’ 미끼 교수가 10년간 돈 뜯어


김여란 기자 peel@kyunghyang.com
 
ㆍ내부고발에 징계 착수

1999년 해외에서 영화를 공부하고 귀국한 ㄱ씨(43)는 당시 갓 서른이었다. 강단에 서겠다는 꿈을 품고 대학 20여곳을 오가며 시간제 강의를 했다. 2003년부터는 서울의 한 주요 사립대 예술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쳤다. 강의를 나간 지 1년쯤 지난 어느날 저녁, 학과 정교수 ㄴ씨(57)가 ㄱ씨를 불러 “이사하는 데 전세금 500만원이 모자라니 빌려달라”고 했다. ㄴ교수는 전임 임용에 결정적인 권한을 가진 직속 교수였다. ㄱ씨는 ‘이쯤이야 그냥 줄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ㄴ교수는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주요 심의위원회 위원장을 지낸 해당 업계의 유력 인사이기도 했다.

ㄴ교수는 그 뒤로도 계속 돈을 ‘빌려달라’고 했다. ㄱ씨는 “ㄴ교수는 ‘(당신을) 전임으로 만들려면 사람들을 만나야 하는데, 내가 돈 없어서 술을 못 산다’는 식이었다”고 말했다. ㄱ씨는 ㄴ교수가 술집에서 놀다가 부르면 달려가 하룻밤에 많게는 200만원 가까이 돈을 냈다. 2006년부터 10차례에 걸쳐 200만~500만원씩 총 3200만원을 ㄴ교수와 그 부인 명의의 계좌로 보냈다. 1000만원 이상은 현금으로 5~6차례 줬다.

그동안 ㄱ씨는 다른 대학들에서도 몇 차례 교수 임용 제의를 받았지만 거절했다. 전임 공고가 날 때마다 매번 이번에는 임용될 수 있을 것이라며 돈을 빌려가는 ㄴ교수를 믿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결국 올해 ㄱ씨에게 돌아온 자리는 연봉 1800만원의 1년짜리 계약직인 강의전담 교수 자리였다. 강의전담 교수는 학교가 시간강사 비율을 낮추기 위해 도입한 제도로 사실상 시간강사와 다를 바가 없다.

그러나 ㄴ교수의 돈 요구는 계속됐다. ㄴ교수는 “더 이상은 달라고 안하겠다”며 ㄱ씨에게 5000만원을 요구했다. 이번에는 ㄴ교수와 친분이 있는 같은 학과의 또 다른 교수도 ㄱ씨를 돕겠다며 그 대가로 5000만원을 요구했다. ㄴ교수는 ‘돈상납’의 증거를 남기지 않기 위해 차용증을 작성하고, 차명계좌로 돈을 보내는 방법까지 일러 줬다.

지난달 단란주점에서 놀던 ㄴ교수는 여느 때처럼 ㄱ씨를 불렀다. ㄱ씨는 학기가 끝나는 대로 사직서를 낼 각오를 하고 이를 거절했다. 이후 다른 교수를 통해 “네가 안 오는 바람에 ㄹ씨가 와서 돈 냈다”고 전해 들었다. ㄹ씨는 대학원생 신분의 겸임교수였다. ㄱ씨는 “나 혼자인 줄 알았는데, ㄹ씨도 그렇게 살고 있던 걸 알고 소름이 끼쳤다”고 말했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학교는 진상조사위원회를 꾸렸다. ㄱ씨는 지난 26일 위원회에 출석해 그동안 ㄴ교수에게 송금한 계좌 이체 내역, 금품을 요구받은 정황이 담긴 녹음·동영상 파일 등을 제출했다.

이 대학 관계자는 “진상조사위원회 조사 결과 어느 정도 사실인 것으로 파악됐다. 징계위원회에서 해당 교수에 대한 징계 수위를 검토 중이다”라고 밝혔다. 이 사실을 알게 된 해당 학과의 학생들은 ㄴ교수의 사퇴를 촉구하는 서명운동을 벌이기 시작했다.

ㄱ씨는 “시간강사와 교수는 갑을도 아니라 하늘과 땅 관계다. 이런 일이 비일비재해도 전국의 시간강사 누구도 아무 말도 못한다”며 “저는 이제 어느 대학에서도 일할 수 없게 됐다. 20년 가까이 품었던 꿈을 포기하고 내부 고발하게 된 심정이 참담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