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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3-05-25 16:27
대학생 칼럼] 'C' 권하는 사회
 글쓴이 : 투쟁본부
조회 : 617  
대학생 칼럼] 'C' 권하는 사회[중앙일보] 입력 2013.05.25 00:10 / 수정 2013.05.25 00:10
박성의
숭실대 언론홍보학과 3학년
“저는 C를 주는 교수가 될 수 없습니다!”

 학교 채플 시간, 히브리어를 강의하는 한 교수님의 목소리가 강당에 울려 퍼졌다. 그의 강연 내용이다. 지난해 2학기 그 교수가 강의했던 히브리어 시험은 난해했다고 한다. 그럼에도 수강생 대부분이 우수한 답안을 써냈고, 기말고사가 끝난 후 채점 결과 수강생 중 낙제점을 받을만한 사람은 없었다. 교수 판단엔 학생 대부분이 A 또는 B학점을 받아가야 마땅했다. 그러나 그는 어쩔 수 없이 C학점을 꺼내 들어야 했다. 학교 정책상 일정 비율의 학생에게 ‘C학점’을 줘야 한다는 규정이 있기 때문이었다.

 교수님은 그 일을 회상하며, 앞으로는 억지로 C를 주는 대학의 모습이 사라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그의 강의는 사견에 그쳤을 뿐 대학 측은 그럴 마음이 없어 보인다. 교수의 재량에 의한 절대평가는 ‘형평성’을 해친다는 것이 대학의 강경한 입장이다. 절대평가는 A학점의 남발을 불러올 수 있고, 결과적으로 학교의 성적에 대한 신뢰도를 저하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곧 이러한 신뢰도의 저하는 대학 취업률에 악영향을 끼치며, 정부의 학사관리 평가에서 좋은 점수를 얻을 수 없어 대학 재정지원액이 삭감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따라서 절대평가는 마치 ‘불관용의 대상’처럼 여겨지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해서 시행되는 상대평가는 과연 얼마나 형평성과 신뢰도가 높은 평가방법일까. 학문을 하는 대학에서 학문에 대한 성취도를 평가하는 지금의 기준은 무엇인가. 평가의 절대적 기준이 없이, 1등부터 50등까지의 줄을 세워 우열을 가려내고자 한다면, ‘대학교’라는 이름은 과분하다. 정부·기업·대학이 말하는 성적의 신뢰도는 ‘A’의 수를 줄이고 ‘C’를 권한다고 해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과목과 상황에 따라서는 수강생 모두가 낙오되지 않고 떳떳하게 ‘A’를 받아갈 수 있어야 한다. 이것이 불공정한 것이라 말한다면 과연 공정한 경쟁은 무엇인지 묻고 싶다. 열심히 공부해도 일정 비율을 초과하면 A학점을 받을 수 없는 현실은 대학생이 ‘왜’ 공부해야 하는 것인가라는 의문에 ‘취업’이라는 답만을 내놓을 뿐이다.

 채플 시간, 히브리어 교수님은 강연을 마치며 쉰 목소리로 말했다. “수업시간, 최선을 다하여 시험을 보았음에도 C를 받아간 학생에게 사죄하고 싶습니다. 당신의 답안은 훌륭했습니다.” 그의 사과에는 진심과 울분이 섞여 있었다. 하지만 채플 시간이 끝나고 다시 가방을 싸들고 강의실로 향하는 학생들의 현실은 변한 것이 없다. 우리가 받을 수 있는 알파벳의 개수는 정해져 있기에 우린 서로에게 있어 동료보다는 경쟁자다. 이 끝없는 ‘줄 세우기’의 앞자리를 차지하려 발버둥치는 모습. 그것이 바로 ‘C를 권하는 사회’, 우리 시대 대학생의 슬픈 자화상이다.

 
박 성 의 숭실대 언론홍보학과 3학년